학생부 종합 전형의 문제점
"너희들 학생부에 담고 싶은 내용을 써와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을 더 높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주 수피아여고사건(교원의 학생부 조작 사건)이 왜 생기는 것일까요?
공정, 공평함을 무시하는 세상에서
내가 그런다고 문제가 되겠어라는 사고 방식 때문입니다.
학교 측이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선발한다는 말은 기만이다. 교사 입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보면 결국 내신성적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도 소논문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 4등급을 넘어서지 않으면 떨어진다.
일단 내신성적 올리기에 몰두해 다소 편협하게 공부해야 하므로 학생부는 컨설팅 업체에 맡긴다. 주말에 서울의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생부 전형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는 이유다.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잘한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떨어지고,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붙는다.
서울의 명문대 학생들 가운데 명문고 출신의 경우 과 점퍼에 명문고 학교 이름을 새기고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수시충’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학생부 전형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고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늘면서 자사고나 특목고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일반고에 과거에는 오지 않던 공부에 열의 있는 학생이 오고 있다. 입시정보에 빠른 학부모들의 선택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일반고가 살아났다”, “교실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내신성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온 학생들은 일반고를 대학 진학의 정거장으로 활용한다.
과연 이것이 일반고 살리기일까?
http://shoutjoy.blog.me/220911522588
서울 한 일반고의 수업 중에 학생 5명만 깨어 있고 다른 학생들은 모두 자고 있다. ‘일반고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찍은 사진이다. ㄴ교사는 “학생부 종합전형 도입 이후에도 지방 일반고는 학교가 나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소수와 포기한 다수로 나뉘어 있다”고 전했다.
<주간경향>은 1월 9일 발행된 1209호에서 “학생부 대신 써 드립니다” 학원강사의 양심고백’을 통해 학생부 대리작성 실태를 고발했다. 기사가 나간 후 여러 건의 후속 제보가 쏟아졌다. 현직 인문계고 교사 ㄴ씨는 “학생부 전형은 사실상 날조된 학생부에 근거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이 늘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학생 밀어주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된다”며 “교육부에는 실태를 파악하고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ㄴ씨는 비수도권 지역의 인문계 일반고에 재직하고 있다. 25년째 교직생활을 하면서 다년간 진학부장을 맡았다. ㄴ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교차검층을 거쳐 1인칭 서술로 재구성했다.
‘소논문·봉사활동으로 좋은 대학’은 환상
학생부 전형은 2009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때와 달라진 점은 이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내년도 입시에서 대학은 10명 중 7명을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전형이라는 표현은 중요한 본질을 숨긴다. 학생부 전형의 핵심은 내신성적이다.
수시모집은 4가지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이다. 실기전형은 예체능 계열에만 해당한다. 논술전형은 소수 대학만 적용하는데, 사교육 과열 등의 비판이 불거지면서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고려대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을 없앴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은 사실상 내용이 같다. 이름만 보면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성적을 볼 것 같고, 종합전형은 동아리활동 등 3년 동안의 활동내역을 총체적으로 볼 것 같다. 그러나 두 전형으로 수도권 대학에 간 학생들의 공통점은 일단 내신등급 4등급 안에 들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조바심을 내지만 실제로 내신 1등급에 들면 1·2학년 때는 학생부에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가, 3학년 때 급작스럽게 물리로 진로를 바꿔도 서울대에 간다. 학교 측이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선발한다는 말은 기만이다. 교사 입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보면 결국 내신성적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국 진학상담 교사들이나 서울 강남의 진학 관련 컨설팅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 중의 신은 내신이다.”
대학 측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교육부는 ‘잠재력’과 ‘역량’을 보고 선발하라고 하지만 이 두 영역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 한국인들은 불확실한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러나 수많은 인원을 이 불확실한 전형으로 뽑아야 한다. 입학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내신성적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도 소논문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 4등급을 넘어서지 않으면 떨어진다.
진학 컨설팅 업체를 통해 예외를 봤다. 최초의 자립형 사립고인 서울 하나고에서는 내신 6등급이 서울대에 합격한 사례가 있다. 물론 그 학생이 굉장히 뛰어났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학교에서 4등급 아래에서 붙은 케이스는 하나고만 유일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하나로 합쳐서 선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경쟁과 혼선을 주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점은 내신성적조차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당시 권오현 입학처장은 “서울대는 학생부에 실린 기록은 신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 입으로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학생부는 조작된 서류다. 현재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는 조작된 서류에 기반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전국에 고등학교가 2300여개 있다. 같은 등급 내의 학생들의 실력은 비등비등하다. 같은 등급 내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일단 내신성적 올리기에 몰두해 다소 편협하게 공부해야 하므로 학생부는 컨설팅 업체에 맡긴다. 주말에 서울의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생부 전형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는 이유다.
현재 입시 전형은 세부적으로 따지면 3000여종이 있다. 고3 교사는 여름방학 때 학생들의 추천서를 쓰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을에 학생부를 써야 할 때는 지친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기 위해서 최대한 잘 써줄 것을 요구한다. “너희들 학생부에 담고 싶은 내용 써 와라”고 지시해, 써온 대로 입력한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의 내신 경쟁도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이 또한 조작이 가능하다. 지방 일반고는 무조건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세 학교 진학실적으로 지역에서 평가받는다. 이 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일찌감치 찍어 3년 내내 밀어준다. 일단 중학교 단계에서 100명은 자사고나 특목고에 가려고 지역을 빠져나간다. 그런 학생이 한 학년에 5명 정도다. 한 반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해준다. 수학성적 1·2등급이 뒤바뀐 광주 수피아여고 사건(박스기사 참조)이 그래서 일어난 일이다. 중간고사에서 한두 문제 틀리는 것이 이 상위 5명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들이 출제오류를 제기하면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라”고 한다. 전교 1등이 수행평가에서 80점을 받으면 담임교사 재량으로 100점으로 고쳐 올려주는 것이 가능하고, 일선 학교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교내 대회도 특정인들이 수상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특정인들에게만 참여를 독려한다. 거꾸로 고등학교 때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이런 장벽에 가로막혀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광주 수피아여고 성적조작 사건 이후 교육부 신문고에 민원도 넣고 담당자들과 통화도 했지만 “학생부는 이상적 입시전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즉 모든 전형에서의 경쟁이 편집증적이고 살인적으로 변했다. 문제 한두 개에 당락이 뒤바뀌는 현상은 전보다도 더 심해졌다. 그런데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잘한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떨어지고,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붙는다. 이렇게 고교 3년 시절을 보내니 서로가 서로를 대학 편하게 갔다고 증오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신문기사에서 서울의 명문대 학생들 가운데 명문고 출신의 경우 과 점퍼에 명문고 학교 이름을 새기고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수시충’이라 부르며 경멸한다는 기사를 보고 굉장히 참담했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학생부 전형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고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늘면서 자사고나 특목고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일반고에 과거에는 오지 않던 공부에 열의 있는 학생이 오고 있다. 입시정보에 빠른 학부모들의 선택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일반고가 살아났다”, “교실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내신성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온 학생들은 일반고를 대학 진학의 정거장으로 활용한다. 과연 이것이 일반고 살리기일까?.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ps이 시대에는 박은하기자와 같은 실제적으로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권리를 전해주는 기자가 많아지길 희망해본다. 우리는 너무나 왜곡된 기사들을 중심으로 보다보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정확하게 모르다보니 소위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희들 학생부에 담고 싶은 내용을 써와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을 더 높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광주 수피아여고사건(교원의 학생부 조작 사건)이 왜 생기는 것일까요?
공정, 공평함을 무시하는 세상에서
내가 그런다고 문제가 되겠어라는 사고 방식 때문입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문제점 >
학교 측이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선발한다는 말은 기만이다. 교사 입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보면 결국 내신성적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도 소논문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 4등급을 넘어서지 않으면 떨어진다.
일단 내신성적 올리기에 몰두해 다소 편협하게 공부해야 하므로 학생부는 컨설팅 업체에 맡긴다. 주말에 서울의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생부 전형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는 이유다.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잘한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떨어지고,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붙는다.
서울의 명문대 학생들 가운데 명문고 출신의 경우 과 점퍼에 명문고 학교 이름을 새기고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수시충’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학생부 전형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고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늘면서 자사고나 특목고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일반고에 과거에는 오지 않던 공부에 열의 있는 학생이 오고 있다. 입시정보에 빠른 학부모들의 선택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일반고가 살아났다”, “교실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내신성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온 학생들은 일반고를 대학 진학의 정거장으로 활용한다.
과연 이것이 일반고 살리기일까?
http://shoutjoy.blog.me/220911522588
학교 측 “너희들 학생부에 담고 싶은 내용 써 와라”고 일상적 지시
서울 한 일반고의 수업 중에 학생 5명만 깨어 있고 다른 학생들은 모두 자고 있다. ‘일반고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찍은 사진이다. ㄴ교사는 “학생부 종합전형 도입 이후에도 지방 일반고는 학교가 나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소수와 포기한 다수로 나뉘어 있다”고 전했다.<주간경향>은 1월 9일 발행된 1209호에서 “학생부 대신 써 드립니다” 학원강사의 양심고백’을 통해 학생부 대리작성 실태를 고발했다. 기사가 나간 후 여러 건의 후속 제보가 쏟아졌다. 현직 인문계고 교사 ㄴ씨는 “학생부 전형은 사실상 날조된 학생부에 근거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이 늘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학생 밀어주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된다”며 “교육부에는 실태를 파악하고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ㄴ씨는 비수도권 지역의 인문계 일반고에 재직하고 있다. 25년째 교직생활을 하면서 다년간 진학부장을 맡았다. ㄴ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교차검층을 거쳐 1인칭 서술로 재구성했다.
▶[포커스]“학생부 대신 써 드립니다” 학원강사의 양심고백
‘소논문·봉사활동으로 좋은 대학’은 환상학생부 전형은 2009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때와 달라진 점은 이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내년도 입시에서 대학은 10명 중 7명을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전형이라는 표현은 중요한 본질을 숨긴다. 학생부 전형의 핵심은 내신성적이다.
수시모집은 4가지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이다. 실기전형은 예체능 계열에만 해당한다. 논술전형은 소수 대학만 적용하는데, 사교육 과열 등의 비판이 불거지면서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고려대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을 없앴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은 사실상 내용이 같다. 이름만 보면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성적을 볼 것 같고, 종합전형은 동아리활동 등 3년 동안의 활동내역을 총체적으로 볼 것 같다. 그러나 두 전형으로 수도권 대학에 간 학생들의 공통점은 일단 내신등급 4등급 안에 들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조바심을 내지만 실제로 내신 1등급에 들면 1·2학년 때는 학생부에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가, 3학년 때 급작스럽게 물리로 진로를 바꿔도 서울대에 간다. 학교 측이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선발한다는 말은 기만이다. 교사 입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보면 결국 내신성적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국 진학상담 교사들이나 서울 강남의 진학 관련 컨설팅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 중의 신은 내신이다.”
대학 측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교육부는 ‘잠재력’과 ‘역량’을 보고 선발하라고 하지만 이 두 영역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 한국인들은 불확실한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러나 수많은 인원을 이 불확실한 전형으로 뽑아야 한다. 입학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내신성적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도 소논문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소 4등급을 넘어서지 않으면 떨어진다.
진학 컨설팅 업체를 통해 예외를 봤다. 최초의 자립형 사립고인 서울 하나고에서는 내신 6등급이 서울대에 합격한 사례가 있다. 물론 그 학생이 굉장히 뛰어났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학교에서 4등급 아래에서 붙은 케이스는 하나고만 유일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하나로 합쳐서 선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경쟁과 혼선을 주지 않는다.
고려·서울·연세대 갈 학생 밀어주기 경쟁
또 다른 문제점은 내신성적조차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당시 권오현 입학처장은 “서울대는 학생부에 실린 기록은 신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 입으로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학생부는 조작된 서류다. 현재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는 조작된 서류에 기반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전국에 고등학교가 2300여개 있다. 같은 등급 내의 학생들의 실력은 비등비등하다. 같은 등급 내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일단 내신성적 올리기에 몰두해 다소 편협하게 공부해야 하므로 학생부는 컨설팅 업체에 맡긴다. 주말에 서울의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생부 전형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탄받는 이유다.현재 입시 전형은 세부적으로 따지면 3000여종이 있다. 고3 교사는 여름방학 때 학생들의 추천서를 쓰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을에 학생부를 써야 할 때는 지친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기 위해서 최대한 잘 써줄 것을 요구한다. “너희들 학생부에 담고 싶은 내용 써 와라”고 지시해, 써온 대로 입력한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의 내신 경쟁도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이 또한 조작이 가능하다. 지방 일반고는 무조건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세 학교 진학실적으로 지역에서 평가받는다. 이 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일찌감치 찍어 3년 내내 밀어준다. 일단 중학교 단계에서 100명은 자사고나 특목고에 가려고 지역을 빠져나간다. 그런 학생이 한 학년에 5명 정도다. 한 반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해준다. 수학성적 1·2등급이 뒤바뀐 광주 수피아여고 사건(박스기사 참조)이 그래서 일어난 일이다. 중간고사에서 한두 문제 틀리는 것이 이 상위 5명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들이 출제오류를 제기하면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라”고 한다. 전교 1등이 수행평가에서 80점을 받으면 담임교사 재량으로 100점으로 고쳐 올려주는 것이 가능하고, 일선 학교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교내 대회도 특정인들이 수상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특정인들에게만 참여를 독려한다. 거꾸로 고등학교 때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 이런 장벽에 가로막혀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광주 수피아여고 성적조작 사건 이후 교육부 신문고에 민원도 넣고 담당자들과 통화도 했지만 “학생부는 이상적 입시전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대치동 학원 다니지 않으면 정시 어려워
반면 상산고, 한일고, 용인외고 등 유명 자사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살인적인 내신 경쟁에 시달린다. 이들 학교에서 4등급 이내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입시학원 수능대비반을 찾는다. “너희들이 대학 갈 길은 정시밖에 없다”고 강사가 대놓고 말한다.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전형을 택한 학생들도 살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모든 전형에서 경쟁이 훨씬 더 높은 강도로 벌어진다. 서울 대치동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가는 일은 어려워졌다.즉 모든 전형에서의 경쟁이 편집증적이고 살인적으로 변했다. 문제 한두 개에 당락이 뒤바뀌는 현상은 전보다도 더 심해졌다. 그런데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잘한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떨어지고,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한 누군가는 붙는다. 이렇게 고교 3년 시절을 보내니 서로가 서로를 대학 편하게 갔다고 증오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신문기사에서 서울의 명문대 학생들 가운데 명문고 출신의 경우 과 점퍼에 명문고 학교 이름을 새기고 수시모집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수시충’이라 부르며 경멸한다는 기사를 보고 굉장히 참담했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학생부 전형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고 입시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늘면서 자사고나 특목고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일반고에 과거에는 오지 않던 공부에 열의 있는 학생이 오고 있다. 입시정보에 빠른 학부모들의 선택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일반고가 살아났다”, “교실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내신성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온 학생들은 일반고를 대학 진학의 정거장으로 활용한다. 과연 이것이 일반고 살리기일까?.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ps이 시대에는 박은하기자와 같은 실제적으로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권리를 전해주는 기자가 많아지길 희망해본다. 우리는 너무나 왜곡된 기사들을 중심으로 보다보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정확하게 모르다보니 소위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댓글
댓글 쓰기